오금희 수련기

 

김 일 권

 

  오금희를 접하기 전, 실제로 나는 여러 가지 심신수련들을 섭렵해 오고 있었다. 가장 오래 수련을 했던 것은 단학수련으로서 최근 단전호흡 단체에서 사범으로 일하기도 했었다. 그곳에서 오래전에 접했던 태극권이 나의 온 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우연찮은 인연으로 인천에서 기공을 접하게 되었고 그 수련을 해 오면서 태극권 수련에서 느끼지 못하였던 많은 것들을 체험하게 되었다. 태극권과 기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같은 원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당시까지 수련해 왔던 것은 주로 무술로서의 태극권의 형태이었다. 그래서, 기공으로서의 태극권의 면모를 크게 느끼지 못하였었는데 기공수련을 통하여 그런 느낌들을 알아가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런 계기로 그런 느낌들이 그전까지 수련해 왔던 단전호흡과도 연결이 되었다. 그러나, 그 수준은 아직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느낀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기공수련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던 즈음 오금희의 소개를 받았을 때 나로서는 주저할 바가 없었다. 더욱이, 오금희가 일반 다른 기공과는 달리 태극권처럼 많은 초식들이 모인 투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러한 형태가 수련하기에 지루하지 않고 면면이 이어지는 느낌을 갖기에 좋기 때문이다.

오금희 수련의 시작! 오금희 동작을 하는데 태극권의 동작의 습관대로 하려는 습성이 나왔다. 흔히들 수련을 할때는 서로 섞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동작이 서로 혼합이 되어 이도저도 아닌 모양이 나와 버리고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현상이 생기면 수련의 진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일단 잔을 비워야 채울수 있다는 말을 상기하고 우선 태극권의 관념을 오금희 수련시간동안만큼은 접기로 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금희의 느낌이 몸에 젖어 오고 동작이 하나하나 익숙해져가는 느낌이 생겼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몇몇 사람들이 태극권하다 오금희를 하면 심심하다고 얘기한다. 왜냐 하면 태극권의 동작이 더 다채롭고 조금은 더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다양한 태극권 동작을 수련하던 나로서는 그런 얘기도 일리가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금희처럼 동작을 했을때 더 몸이 이완되고 기운이 가라앉는 느낌을 찾기 쉬었다. 그렇게 수련이 거듭되고 중급과정에 이르렀을 때, 점차 손에서 느끼는 기감이 커지기 시작하였다. 비로소 오금희가 기공임을 느껴가는 순간, 속으로 미소가 떠올랐다.

오금희 수련하면서 느끼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회원들간의 분위기였다. 어느 선배 기수분이 얘기하셨듯이 오금희를 배우시는 분들의 기운이 다들 맑아서 좋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그래서 가급적 모임이 있는 자리에 많이 참석하려고 했다. 술을 과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원래 분위기가 좋아서 술자리를 가는 스타일이라 수련하고 마시는 한잔술도 흥취를 더욱 돋아주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좋아서 한잔 마시던 술이 어느새 과해 그만 취해버린 적도 있었다. 이런! 아직도 공력이 이 정도 뿐이라니. 누구말대로 ‘오금희를 더해야 되겠구만’하고 생각되기도 하였다. 어쨌든 선배 기수분들의 수료식이 끝나고 갖는 회식 자리에 우리 9기들이 끼여서 즐겁게 회식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일도 지금 생각하면 하나의 추억이었다.

어느덧 일년의 세월이 흘러서 중급과정이 끝났다. 이제 오금희의 단계로 치면 단봉조양의 단계라고나 할까. 언제 닭이 알을 부화하는 금계부단의 단계에 오를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아직 예비공의 단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수료라는 의미는 그때부터 시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이제 오금희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 조그마한 자격이나마 얻었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배워왔던 과정보다도 앞으로 계속 이어가야 할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직 오금희의 알을 깨고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지 못한다. 나중에 그알을 한번 깨는날 다시 수련기를 쓰게 되길 바란다.

중급과정이 끝나기 얼마전, 그동안 수련해왔던 태극권을 가르치는 조그마한 장소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금닭의 알을 키워보아야겠다. 그것이 부화하여 공작이 되고 날개를 펴고 나뭇가지에 오르는 날, 어느덧 자유인이 되어 있을까. 그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을 위하여 한걸음 내딛어본다.